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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군민들에게 김영랑(영랑 김윤식)이라는 시인은 매우 각별하다. 영랑사거리의 동상을 봐도, 읍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영랑슈퍼, 모란미용실 등 가게 이름을 봐도 강진 군민들이 자기 고장이 배출한 김영랑 시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김영랑이 1903년에 태어나 1948년까지 45년간 살았던 생가는 소유주가 바뀌고 수차례 보수를 거치면서 원형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1985년 강진군이 그 집을 사들여 원래의 초가집으로 복원했다. 집 뒷동산에는 오래된 대나무와 동백나무 숲이 있어 운치를 더하고 봄이면 마당에 모란꽃이 만개한다. 있는 그대로도 시가 되는 그곳에서 김영랑의 감성을 나누는 교실이 열리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 옛적에...' 

보슬비가 내리는 강진 영랑생가, 투두둑, 초가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운치를 더하는 툇마루에 어린아이 들이 모여앉아 있다. “이게 뭘까요?" "방울이요!” “우와, 맞췄어요. 그런데 그냥 방울이 아니라 금으로 만든 금방울이에요. 준이라는 친구도 금방울이 신기했나 봐요. 뭐가 들어있나 구멍 속을 들여다보던 준이는 "어이쿠' 그만 금방울 속에 빠지고 말았어요.”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할머니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이상하게도 옛날이야기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셔야 더 재미있다. 사랑채에도 할아버지 곁에 아이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어린이 여러분, 어려운 것도 잘 참아야 하죠? 힘들다고 호랑이처럼 뛰쳐나가면 안돼요. 곰은 배가 고팠지만 잘 참아서 예쁜 웅녀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래서 웅녀와 환웅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가 단군이에요. 우리는 모두 다 단군 할아버지의 후손이에요." "단군할아버지는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많아요?” “그렇고 말고요. 오천 년 전에 태어났으니까요.” “우와!"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단군은 공부를 잘 했는지, 웅녀는 예쁘게 생겼는지....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과 재잘거리는 소리에 영랑생가가 들썩거린다.




왔다가는 문화재에서 머물고 누리는 문화재로 고즈넉하기만 하던 강진 영랑생가가 이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바뀐 것은 4년 전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 은 2013년 3월부터 영랑생가, 인문학과 소통하다(영랑생가, 時·愛 물들다!)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영랑생가는 한국 문인의 생가 중 유일한 국가지정 문화재로 그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자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것. 영랑생가의 특성을 살려 문화자원으로서의 활용성을 높이고 가치를 창출하지는 데 강진군과 군민들의 뜻이 모아진 결과였다.



사실 처음에는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문화재 훼손의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진군은 영랑생가를 개방하고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4년, 강진군은 보존과 활용의 공존이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제 영랑생가는 유적지라는 갇힌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영랑생가, 時 · 물들다!)는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군민들의 애향심과 문화재 보존의식을 고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에 부응해 강진교육청과 연계한 감성프로그램으로 운영돼 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전국 8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2016년 정부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됐으며,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생생문화재 우수사업에 선정돼 그동안 진행된 수많은 사업 중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등록패를 받기도 했다.




참신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이 이러한 성과로 이어졌다. 먼저 교육형 프로그램으로 강진 노인회 어르신들이 동화를 구연해주는 '사랑방 옛날이야기 (감성유아스쿨)'와 오페라 여행, 미술여행, 연극 실연과 같은 인문학 감정수업으로 구성된 '영랑감성학교'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영랑생가시밭에서 놀다(시 낭독, 문예창작, 청자접시 제작 등와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과 시 낭독과 오페라 및 클래식음악 공연이 펼쳐지는 공연형 프로그램인 '시와 음악이 흐르는 영랑생가 감성 콘서트'가 2개월마다.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영랑생가 영상으로 만나다는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전시형 프로그램으로, 영랑 생기를 관람한 후 시골 정서를 체험하는 시인의 고향에서 하룻밤'은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영감성학교는 강진교육청 정규과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192회나 진행될 만큼 인기가 높다. 중·고등학교로 대상이 한정된 '영랑감성스쿨이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유치원생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됐고, 그 결과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사랑방 옛날이야기 (감성유아스쿨)'이다. 사랑방 옛날 이야기 (감성유아스쿨에 대한 반응도 훈훈하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수요일 연 142회 진행되는 '사랑방 옛날이야기 (감성유아스쿨'에는 강진지역 23개 병설유치원 및 어린이집 원생 1,875명이 참가해 영랑생가 에서 문화재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 오고 싶은 영랑생가 "자, 이렇게 새끼손가락에 실을 걸고 가운데 구멍에 검지를 넣는 거예요." 실뜨기 놀이가 처음인 아이들은 손동작이 서툴기만 하다. 동화 구연 후에는 마당에서 전통놀이 체험으로 실뜨기 놀이와 활싸움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능숙한 손동작에 눈을 떼지 못한다. 조막만 한 손으로 낑낑대며 따라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이렇게 영랑생가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체험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때로는 음악과 시가 있는 콘서트홀, 때로는 사진과 그림이 있는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머물고 놀고 느끼고 배운다. 역사에 다가서고 감성을 보충한다. 배움은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고 느끼는 것임을 영랑생가, 時 · 愛 물들다!>를 통해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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