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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끝에 쿠키 엔딩크레딧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빈곤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안에서도 기택(송강호 역)네 가족이랑 박대표(이선균 역) 가족의 빈부격차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레 빈곤을 소재로 한 대중영화는 계급갈등을 주요 이야기거리로 삼거나, 결말부가 혁명이나 체제 전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도 결국 계급갈등으로 인해 혁명이 발발했다가 체제 전복으로 끝나는 이야기였죠

근데 이런 혁명이나 체제전복으로 끝나는 영화는, 통쾌하긴 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실제로 그렇잖아요.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길 꿈꾸지, 자기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 사회가 없어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영화 안에서도 대강 비슷한 말이 나오잖아요.

나도 부자가 된다면 착하게 살 수 있어!라는 대사였나요, 분명 부자가 되길 욕망하고 있죠

결국 사람들은 자신에게 빈곤이 없어지길 원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빈곤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복하려 하지 않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옥자도 결국 이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다만 이상적인 가족애를 막연히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생충에서는 혁명이나 체제전복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설국열차와 옥자 두 영화을 거치면서 봉준호 감독의 

문제의식과 현실판단이 더 날카롭게 단련되면서 기생충이 나온 거 같아요.

이를 통해 현 체제에서 빈곤은 발생하지만 계급의식은 발생하지 않는 

현실 (박대표 리스펙트!라는 대사는 결국 빈곤하게 살아도 하층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계급을 형성하는 대신에, 오히려 부자가 

되길 욕망하면서 자신의 계급을 부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증오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현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결말에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 역)도 '돈 많이 벌어서 그 집을 살 거다'라고 말하는 것도

결국은 이런 모순된 체제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본의 논리 안에서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고


자본의 논리 바깥에 나가는 즉히 기택처럼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범죄자는 체제에서 벗어나려 했던 사람이 다시금 체제에 포획되면서 얻게 되는 위치니까요.

TMI, 현대의 많은 사상가, 찰학자들도 자본 바깥의 사유는 굉장히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주제의식 때문에 영화는 진행될수록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불편하게 만듭니다.


관객들 너희들도 기택네 가족처럼 체제 안에서 기생충처럼 살던가, 범죄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보여주는 거니까요.

오히려 이렇게 불편함을 고조시키기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모 커뮤니티에 기생충 후기를 쓴 사람 중에 자기 현실이 

생각나서 너무 불편해서 영화 중간에 나왔다는 사람이 있더군요.)

사실 이런 문제의식은 여기 적은 것처럼 몇줄 글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꽤나 스케일이 크죠.

때문에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설국열차는 세계 그 자체인 열차를 무대로, 옥자는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무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근데 기생충은 무대가 거의 박대표네 고급주택에서 구성되고 있습니다.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봉준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하나의 가정을 중심으로 상상해서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대중영화의 코드를 가지고 구성하고 있는 거죠

영화의 초반부는 봉준호 특유의 풍자로 시작됩니다.

이 풍자 속에서 이미 송강호네 가족에게 균열이 감지되는데요

이를 통해 긴장감이 점점 고조됐다가




중반부터 이 긴장감을 이용해서 굉장한 곡예를 선보입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처럼요.



영화 중반부의 반전과 폭로는 마지막 다이빙을 위한게 아니라

다시 또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장치였으며

그렇게 해서 관객의 불편함이 빈곤을 연상하면 생각나는 클리셰를 넘어서게 

만들려는 의도-즉, 관객에게 현 체제의 모순 자체를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봐서 영화의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그 속에 장황한 문제의식도 세밀하게 새겨놓았죠.

스릴러를 좋아하신다면 단순히 오락영화로 봐도 재밌고, 나름의 주제를 찾으면서 봐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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